
2025년 현재, 한국의 결혼 트렌드는 지역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서울과 지방 간의 결혼에 대한 인식과 현실은 확연히 다르며, 그 중심에는 생활비 부담, 주거 환경, 사회적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0대와 30대 청년들이 겪는 서울과 지방의 결혼 현실을 비교함으로써, 한국 결혼 문화의 구조적 문제와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봅시다.
서울의 현실, 결혼이 사치가 되는 이유
서울에 거주하는 20대와 30대 청년들에게 결혼은 점점 ‘현실적인 선택’이 아닌 ‘사치에 가까운 결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높은 생활비와 주거 비용입니다. 서울의 평균 전세 가격은 2025년 기준 약 5억 원에 육박하며, 월세로 전환해도 1인당 최소 70만 원 이상이 요구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두 사람이 함께 거주할 공간을 마련하고, 결혼식을 준비하며, 혼수와 신혼여행까지 고려하면 청년층에게 결혼은 큰 경제적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더구나 서울은 경쟁이 치열한 도시입니다. 결혼과 동시에 사회적 기준에 맞는 ‘결혼 생활’을 꾸려야 한다는 압박이 존재합니다. 주변의 눈치를 보며 신혼집의 위치, 규모, 예물, 예단 등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화적 압력은 단순한 개인 간의 관계를 ‘사회적 평가 대상’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결혼은 단지 사랑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 복합적인 ‘과제’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또한 서울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청년들의 워라밸(Work-Life Balance)은 매우 열악한 편입니다. 긴 출퇴근 시간과 높은 직장 내 경쟁, 불안정한 고용 환경은 연애와 결혼에 시간을 할애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실제로 서울 거주 직장인들의 주간 평균 노동 시간은 50시간에 육박하며, ‘데이트할 시간도 없다’는 호소가 흔합니다. 이처럼 시간적, 경제적 여유가 없는 도시 환경은 결혼을 미루게 하거나, 아예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 됩니다.
결국 서울의 결혼 기피 현상은 단순히 개인이 ‘결혼을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경제·문화·사회 시스템 전체가 결혼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지방의 결혼, 다른 고민이 있다
지방 청년들의 결혼 현실은 서울과는 또 다른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표면적으로는 상대적으로 낮은 집값과 물가 덕분에 결혼의 물리적 장벽이 낮아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습니다. 지방은 고용 기회가 적고, 임금 수준도 낮기 때문에 생활비 부담은 다르게, 그러나 동일하게 크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예를 들어, 지방의 아파트 전세는 서울의 절반 수준일 수 있지만, 평균 소득 또한 서울의 60~70%에 불과한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지방에서는 아직까지도 전통적인 결혼관이 강하게 남아 있는 곳이 많습니다. 남성은 집을 준비해야 하고, 여성은 결혼 후 일정 부분 가사와 육아를 책임져야 한다는 기대감이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는 젊은 세대에게 결혼을 부담스럽게 만드는 요인이 되며, 특히 여성의 경우 이런 문화적 기대에 대한 반감으로 인해 결혼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서울에서는 개인주의와 다양성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지방에서는 여전히 가족 단위의 삶이 표준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는 것도 청년들의 결혼 기피에 영향을 미칩니다.
게다가 지방에서는 연애와 결혼의 기회 자체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입니다. 청년 인구가 서울 등 수도권으로 집중되면서 지방의 청년 비율이 급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결혼 적령기 남녀 간의 매칭 자체가 어려워지고 있는 현실입니다. 농촌 지역에서는 남성은 많지만 여성은 거의 없고, 반대로 대도시 근처 중소도시에서는 여성이 상대적으로 많은 곳도 있어, 지역 간 인구 불균형도 결혼 트렌드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즉, 지방은 서울과는 다른 양상으로 결혼이 어렵고, 그 원인은 경제가 아니라 인구와 문화에서 비롯됩니다. 따라서 지방 청년들도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으며, 이는 전국적인 결혼율 하락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생활비가 만들어낸 결혼 격차
서울과 지방 모두 청년층에게 결혼은 쉽지 않은 선택이 되었고, 그 중심에는 ‘생활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생활비는 단순히 ‘돈이 없다’는 개념을 넘어, 삶의 방식과 결혼관 전체를 뒤흔드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서울은 높은 물가와 치열한 사회 경쟁 속에서 청년들이 결혼에 접근조차 하기 어렵게 만들고, 지방은 낮은 소득과 문화적 기대 속에서 결혼을 ‘부담스러운 의무’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 격차는 ‘누가 더 결혼에 불리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느 지역이든 청년들에게 결혼이 매력적이지 않은 사회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공통점을 드러냅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결혼은 더 이상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가 아닌, 깊은 고민 끝에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인생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많은 경우, 그 선택은 ‘하지 않겠다’가 되어 가고 있는 현실입니다.
특히 서울에서 결혼을 계획한 이들은 지방으로 이주를 고려하기도 하지만, 직장 문제나 문화적 적응, 가족과의 거리 등을 이유로 실행에 옮기기 어렵습니다. 반면 지방 청년들은 서울로 올라가려 하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다시 결혼을 포기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생활비는 단순한 지출 항목이 아니라, 결혼의 조건이자 결혼 여부를 결정짓는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지역 간 격차는 점차 결혼 트렌드의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지방의 결혼 현실은 겉보기에는 다르지만, 근본적으로는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압박이라는 공통된 문제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결혼율 하락을 단순한 개인 선택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지역별 격차를 인정하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생활비 부담을 줄이고, 청년층의 결혼 선택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결혼은 지역의 문제가 아닌 세대의 문제이며, 지금 우리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